우주 저 먼 곳, 빛의 속도로 몇십 년을 달려야 닿을 행성에 인간 같은 생명체가 또 있을까. 그 생명체를 우리가 만날 수 있다면, 「콘택트」 (Contact- 15일 개봉)는 밤하늘 별빛 아래서 지녀봤을 「외계 백일 몸」을 가장 진지한 방식으로 아름답게 풀어낸 할리우드 영화다.

콘택트 후기

낯선-행성에-서-있는-사람들
우주신호

엘리(조디 포스터)는 외계생명체 탐사에 인생을 건 과학자다. 난센스라는 손가락질에도 아랑곳 않고 우주 신호 탐색에 몰두하던 그녀의 전파망원경에 외계로부터 날아온 신호가 잡힌다. 세계 우주과학자들이 흥분 속에 달려들어 풀어낸 메시지는 은하계를 오갈 우주선 설계도였다.

 

엘리는 지구인 대표로 뽑혀 마침내 50광년 떨어진 베가 행성을 다녀온다. 인류는 유사 이래 경험해 보지 못했던 이 '접촉'에서 얼마간 혼란과 더 큰 각성을 경험한다. 얼른 허황한 소재지만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은 할리우드 외계인 영화에서 일찍이 찾기 힘들었던 차원으로 영화를 끌어올린다.

 

'인디펜던스 데이'식 황당한 액션이나 「ET」의 솜사탕 같은 동화를 넘어, '콘택트'는 철학적, 종교적 명상 경지까지 관객을 인도한다. 과학과 종교 갈등을 그리면서 어느 편 손도 들어주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우리가 어디에서 태어나 왜 존재하며 어떻게 될 것인가 물으며 우주에 대한 외경심을 돋운다.

 

영화의 힘은 무엇보다 NASA 외계생명체 탐사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칼 세이건 박사의 원작이 지닌 탄탄한 과학적 토대에서 나온다. 아인슈타인 상대성이론도 이 영화를 받치고 있다. 조디 포스터는 자기주장이 분명한 여성 역에 최적 배우임을 확인시켜 준다. 목숨 걸고 떠나는 우주선 발사장면엔 비장감까지 감돈다.


암권은 실제 외계여행이 실현됐을 때 분위기를 목도하듯 그럴싸하게 표현한 특수효과 영상들이다. 스필버그 수제자답게 저메키스의 컴퓨터 그래픽스는 환상적이다. 사물의 순간이동 통로가 된다는 웜홀(worm hole) 통과 장면, 지구에서부터 은하계 저편까지 한없이 빠져나가는 첫머리 트랙 아웃 쇼트는 롤러코스터를 타고 우주여행하는 실감 그 자체다. 「포레스트 검프」 케네디 신처럼 저메키스는 콘택트에 클린턴을 등장시킨다. 화성 탐사 때 백악관 발표 장면을 슬쩍 짜깁기해 컴퓨터 그래픽 마술로 손본 결과다.


하루하루 일상에 찌들어사는 사람들 머리를 '콘택트'는 일순간에 비워버릴 만큼 신선하다. 어린 시절 감수성으로만 바라봐도 러닝타임 2시간 30분은 꿈같이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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